밤하늘을 가르는 깃발들이 춤춘다.
저마다 다른 모양, 다른 색, 다른 문장을 품은 깃발들이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큰 물결이 되어 광장을 채웠다.
그곳은 강요된 질서가 아니라, 자유로운 다양성의 물결이었다.
공자는 말했다.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군자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조화를 이룬다.
반면 소인은 겉으로만 같아 보이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하나 되지 못한다.
이 광장은 군자의 길을 택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어떤 이는 노동자의 권리를 외쳤고,
어떤 이는 민주주의를 지키자고 손을 들었다.
또 어떤 이는 지역의 이름을, 또 다른 이는 개인의 신념을 깃발에 담아 흔들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꿈을 꿨다.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하나의 꿈.
다름이 모여 하나가 된다는, 그 묵묵한 믿음.
그리하여 광장은 혼란이 아닌 조화를 이뤘고,
광장은 무너짐이 아닌 단단한 울림이 되었다.
다양성 없는 통일성은 오래가지 못한다.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공동체는 쉽게 무너진다.
광장은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
진짜 강함은, 똑같이 행동하는 데서 오지 않는다.
서로 다름을 품고 함께 나아가는 데서 오는 것임을.
깃발은 다 달랐다.
하지만 깃발들이 하나로 휘날릴 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더욱 빛났다.
다름을 인정하는 용기,
조화를 꿈꾸는 믿음,
그것이 우리의 광장을 지켜냈다.
"서로 다른 빛이 하나로 어울려 별이 되듯, 우리의 광장은 그렇게 민주주의의 별자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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