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모든 사람이 비슷해지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같은 책을 읽고, 같은 뉴스를 보고, 같은 것을 욕망하며 살아간다. 겉보기엔 공정하고 편리해졌지만,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여기서 무서운 미래를 본다. 바로 ‘개성의 말살’이다.
밀은 『자유론』 3장에서 인간의 자유와 개성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단지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자유, 즉 개성의 실현이야말로 인간 발전의 핵심이고 결국 인류 전체에게 이익을 가져다 준다.
"인간이 불완전한 동안에는 서로 다른 다양한 삶의 실험들이 존재하는 것이 유익하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모든 결과를 감수하는 한,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삶 속에서 실현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라, 내면의 힘을 따라 성장하는 나무다
인간은 단순히 효율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계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하며 성장하는 존재다. 진정한 능력은 남이 정해준 길을 따를 때가 아니라, 자기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결정할 때 발휘된다. 자유롭게 선택할 기회와 다양한 삶의 경험이 결합될 때, 비로소 인간은 자신의 개성과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다. 반대로 관습에만 의존하며 살아가면 선택할 힘도, 성장할 기회도 잃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자유는 단지 권리를 넘어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인 셈이다.
욕망과 충동은 인간다움의 근원이다
사람들은 흔히 욕망과 충동을 억제해야 할 것으로 여기지만, 그것들 역시 인간의 완전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다. 강한 충동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이끌어줄 균형과 양심의 부재가 문제이며, 오히려 강한 욕망은 강한 미덕과 절제력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개성은 바로 이런 욕망과 충동에서 출발하며, 그것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활력을 지닌 인격이 형성된다. 만약 사회가 이런 개성과 내면의 에너지를 억압한다면, 결국 평범한 틀에 갇힌 인간만을 양산하게 되고, 위대한 인물이나 진정한 변화의 가능성은 사라지게 된다.
“사람들이 악하게 행동하는 것은 욕망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양심이 약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욕망과 충동이 강력하면서도 의지의 지배 아래 있는 사람은, 활력 넘치는 개성을 지닌 사람이다.”
인간은 잘 다듬어진 분재가 아니라, 자라야 할 존재다
칼뱅주의는 인간을 본질적으로 타락한 존재로 보며, 자율성과 욕망은 죄악이라 규정한다. 현대 사회는 종교 대신 제도와 규범을 통해 이 사고방식을 이어가고 있으며, 복종과 통제된 자유만을 미덕으로 여긴다. 존 밀은 이에 반대하며, 인간은 창조성, 감수성, 판단력을 스스로 계발해 나가야 할 존재라고 말한다. 단지 복종하는 도덕성만으로는 불완전하며, 자기 긍정과 절제의 조화 속에서 진정한 인간성이 꽃핀다고 본다. 그는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이교적 활력과 기독교적 도덕성을 겸비한 ‘페리클레스’를 들지만, 현대 사회는 그러한 인간을 길러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한다. 개성은 다듬어야 할 것이 아니라, 살아 있어야 할 생명력이며, 바로 그것이 인간의 본질이자 사회의 진보를 이끄는 힘이라는 것이 밀의 철학이다.
개성의 계발은 인간성과 사회의 생명선이다
개성의 계발이야말로 인간을 고귀하고 아름답게 만들며, 사회를 풍요롭고 활기차게 만드는 핵심이다. 각자의 욕망과 자질이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을 때 인간은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더 소중한 존재가 된다. 물론 자유는 규범과 균형을 이뤄야 하며,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유를 억누르는 것은 도덕을 죽이고 본성을 마비시킨다. 결국 다양한 삶을 허용하는 사회만이 위대한 시대를 만들 수 있으며, 개성을 말살하는 사회는 어떤 명분이든 독재일 뿐이다. 밀은 단호하게 묻는다. “인간이 스스로를 최선의 모습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회의 목적이 무엇이 있는가?” 인간성과 사회의 건강은 자유와 개성의 계발에 달려 있다는 그의 통찰은, 단순한 주장 그 이상으로 사회의 존재 이유를 묻는 선언이다.
“개개인의 삶이 만개하여 풍성해지면, 그 개개인들로 이루어지는 사회도 풍성해진다.”
“정당하지 않은 제한에 묵종하는 데 익숙해지면, 인간의 본성 전체가 둔해지고 무디어지고 만다.”
“개성을 짓밟고 말살하는 것은, 그것을 무슨 이름으로 부르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독재다.”
독창성은 사회를 숨 쉬게 하는 산소다
독창성이란 새로운 진리를 발견하고 새로운 삶의 길을 여는 인류 문명의 원동력이다. 독창적인 소수의 사람들이 없다면 사회는 타성에 젖어 발전을 멈추고 결국 쇠퇴하게 된다. 그러나 사회는 이들의 개성과 창조성을 억누르고 조롱하며, 평범함을 기준으로 삼아 천재성을 족쇄처럼 묶는다. 다수는 독창성의 실질적 가치를 체감하지 못하고, 그래서 종종 무시하거나 배척하지만, 바로 그 독창성이야말로 대중의 의식을 일깨우고 문명을 전진시키는 힘이다. 밀은 강조한다. “이 세상의 모든 좋은 것들은, 누군가의 최초의 독창적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독창성을 억압하는 사회는 스스로의 미래를 질식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대중의 시대, 그러나 여전히 개인이 희망이다
밀은 현대 사회가 과거의 엘리트 중심 권력에서 벗어나 대중이 주도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에 따라 개인의 독립성과 창의성이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론은 이제 성직자나 저명인사의 권위보다 더 큰 힘을 가지며, 사람들은 서로 비슷한 처지의 말에 더욱 귀 기울인다. 그러나 모든 진보는 결국 개인, 특히 천재적인 인물의 독창성에서 비롯되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권력이 아니라 자유다. 대중과 다른 행동조차 사회를 자극하고 활력을 불어넣기에 가치 있으며, 사람들은 단순한 복제물이 아닌 각자의 삶을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야 한다. 사회는 그 다양성과 엉뚱함 속에서 더 나은 길을 발견하게 된다.
“천재에게 필요한 것은 ‘강제할 권력’이 아니라 ‘보여줄 자유’다.”
개성 없는 도덕주의는 자유를 억압한다
밀은 사람마다 서로 다른 취향과 정신적 성장 조건을 지니고 있기에, 획일적인 생활방식이나 가치관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중의 평균적인 취향이 기준이 되어, 그에 어긋나는 개성적 삶은 비난이나 법적 제재의 대상이 되곤 한다. 사회는 자율성과 다양성을 장려하기보다는, 도덕적 운동을 통해 '착한 사람 만들기'에 몰두하며 개인을 통제하고 있다. 이는 결국 개인의 자유와 독창성을 억누르는 결과를 낳으며, 다양성이 살아 있는 건강한 사회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하나의 동일한 생활방식이 어떤 사람에게는 아주 건강하게 작용해서 그의 모든 능력들을 최고로 발전시키고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반면에, 어떤 사람에게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짐으로 작용해서 그의 모든 내면의 삶을 불안정하게 하거나 파괴해버릴 수 있다.”
“왜 오직 다수가 선호하는 취향과 생활방식만이 용납되고, 다수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다수의 취향과 생활방식을 따라 살아가도록 강요당해야 하는가?”
개성을 억압하는 대중의 인간상은 사회를 쇠약하게 만든다
현대 사회는 대중이 설정한 보편적 규범을 강요하며, 개성 없는 평범한 인간을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내세운다. 이는 전족처럼 비합리적이고 불완전한 기준으로, 사람들을 형식적인 삶에 가두고 사회 전체의 활력을 약화시킨다. 영국 역시 개인의 개성이 아닌 집단주의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진정한 발전은 독립적이고 특출난 개인들로부터 비롯되었음을 밀은 강조한다. 사회의 쇠퇴를 막기 위해서는 개성의 회복이 반드시 필요하다.
진정한 발전을 위한 자유의 정신
사회는 관습에 얽매여 진보를 억제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자유의 정신’ 없이는 진정한 개혁이 불가능하다. 자유는 각 개인이 독립적으로 개혁의 거점이 될 수 있게 하며, 이는 관습과 진보의 오랜 싸움 속에서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동양은 관습의 독재로 개성이 억압된 반면, 서양은 비교적 자유로운 변화의 흐름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현대 대중은 겉으로는 진보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개성을 억압하며 획일성을 추구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진보는 개성을 존중할 때 비로소 실현된다.
획일화의 물결 속 개성의 절실한 회복
현대 사회는 교육, 정보, 문화의 공유와 평등의 확산으로 점차 동질화되고 있으며, 모든 계층이 유사한 삶의 목표를 추구하면서 개성과 다양성은 점점 위협받고 있다. 과거에는 특권층과 대중 사이의 차별이 개성을 허용했지만, 이제는 여론의 지배 아래에서 모든 사람이 비슷해지고, 차이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성의 가치는 점점 잊히고 있으며, 사회 전체가 획일화되기 전에 지금이야말로 개성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임을 강조한다.
“모든 사람의 삶이 하나의 정해진 형태로 획일화된 후에, 거기에 저항하고자 한다면, 그 획일적인 삶의 형태로부터 벗어난 모든 것들은 불경스러워지고 비도덕적이며, 심지어 본성을 거스르는 기괴한 짓으로 여겨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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