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삶에서 어디까지가 개인의 영역이고 어디부터가 사회의 영역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은, 그 부분이 개인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가 아니면 사회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가에 달려 있다. 사회는 계약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사회의 보호를 받는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지며,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이상 타인을 위해 일정한 행위 규범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
자유를 위한 행동의 원칙
개인은 자신의 행동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그 결과에 책임질 권리가 있다. 사회는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일반적인 규범을 정하고, 그 규범에 어긋난 경우 법이나 여론을 통해 개입할 수 있지만, 개인의 행동이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영향을 미친다면 사회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개인은 타인의 선과 행복을 위해 조언하고 설득할 수는 있지만, 이를 강제하거나 억압해서는 안 된다. 결국, 각자의 판단과 삶의 방식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개인에게 있으며, 타인의 평가와 감정적 반응은 피할 수 없지만, 그것이 징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들은 규제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와 그로부터 비롯된 성향들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며 경우에 따라 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성향은 이기심, 위선, 시기심, 성마름 등으로 구체화되며, 공동체의 해악이 된다. 반면,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결점들은 본질적으로 부도덕한 것이 아니며, 다른 사람에게 의무를 다하지 못하게 될 때에만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된다. ‘자신에 대한 의무’는 사회적 책임이 아니라 자기 발전과 존엄성 유지의 문제이며, 다른 이들에게 책임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관계되는 결점들은, 그 사람의 어리석음이나 자존감 부족을 보여주는 증거일 뿐, 도덕적으로 사악한 것이 되지는 않는다.”
멸시와 비난의 차이
자신에게 해가 되는 행동으로 인해 멸시받는 사람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여 비난과 처벌을 받는 사람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뤄져야 한다. 전자는 우리의 분노나 응징 대상이 아니라 연민이나 무관심의 대상일 수 있으며, 그가 이미 스스로 받는 고통을 더하지 않는 것이 도리다.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타인에게 해를 끼쳤으므로 사회는 정당한 징벌을 가해야 하며, 법적 절차나 여론을 통해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정당하다. 이처럼 자기 자신에게만 관련된 행동과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은 명확히 구별되어야 한다.
반론
어떤 사람의 행동이 오직 자신에게만 해를 끼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현실에서는 그것이 주변 사람들, 나아가 사회 전체에까지 해악을 미칠 수 있다. 재산이나 건강의 손상은 그에게 의지하는 사람들에게 직접적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심지어 그의 어리석은 행동이 타인에게 모방의 유혹이나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들 역시 규제되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반론에 대한 고찰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적·사회적 책임의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가족 부양을 소홀히 하거나 공적인 의무를 저버린다면, 그 원인이 설령 자기 자신과 관련된 문제일지라도 비난과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명확한 해악이 아닌 경우, 단지 나쁜 본보기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사적 선택에 개입하거나 처벌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사회는 구성원에게 도덕을 강제하기보다는 교육과 자율을 통해 합리적인 삶을 유도해야 하며, 궁극적으로 개인의 선택은 그가 책임질 수 있는 한 자유로워야 한다.
"어떤 행동이 전적으로 그 사람에게만 관련이 있는 경우에는, 그 행동에 의해 발생하는 모든 결과를 책임지는 그 사람에게 그 행동에 관한 것을 결정할 권한도 주어져야 한다는 것은 정의와 지혜의 모든 원칙에 부합한다."
사적인 행동에 개입해서는 안된다
밀은 사회가 개인의 사적인 행동에 개입해서는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로, 개입이 시작되면 경계를 넘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들고 있다. 여론이 공공의 의무와 관련된 문제에선 옳을 수 있지만,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판단에서는 틀릴 때도 많으며, 종종 개인의 선호가 아닌 대중의 감정과 편견에 따라 사적인 자유가 억압되곤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도덕적 다수의 기준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심지어 그것을 종교나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한다는 위험성을 경고한다.
“어떤 사람의 취향은 그의 의견이나 지갑과 마찬가지로 그 자신만이 관련되어 있는 사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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