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의 인생노트

본문 바로가기
독서노트/인문

유시민, 『청춘의 독서』 리뷰 - 생각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독서 여행

by 청파 2025. 5. 4.

『청춘의 독서』는 작가가 인생의 여정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시점에, 과거를 되돌아보며 자신이 참고해온 '위대한 책들'과 그 책들의 저자들을 다시 되새기고, 그 속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고자 하는 성찰의 글이다. 이 책은 단순한 독서 기록이 아니라, 저자가 삶의 나침반으로 삼았던 지성의 유산들을 되짚고, 그것을 딸에게 전해주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인간은 문명과 지성의 역사 속에 연결되어 있으며, 다양한 삶의 길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면 삶은 충분히 의미 있고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은 총 15장(2025, 증보판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한 권의 책과 그것이 담고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저자의 개인적 경험, 사회적 맥락, 철학적 질문을 엮어 풀어낸다. 독자에게 특정한 결론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사고의 확장을 유도하고, 각기 다른 책들이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어떻게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저자가 젊은 시절에 느꼈던 갈등과 고민, 좌절과 질문을 독서라는 렌즈로 풀어낸 방식이 청춘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길을 잃었다. 많은 친구들이 함께 여정을 떠났지만 갈림길을 지날 때마다 차례차례 다른 길을 선택해 멀어져 갔다. 아픈 다리 서로 달래며 지금까지 동행했던 사람들도, 다른 곳에서 출발했지만 어느 곳에선가부터 함께 걸어왔던 이들도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날이 저물어 사방 어두운데, 누구도 자신 있게 방향을 잡아 발걸음을 내딛지 못한다. 망연자실 넋 놓고 앉아 있을 수 만은 없다. 이미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지도 못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어디에서 무엇이 어긋났던 것인지 살펴보는 일 뿐인 것 같다. - 『청춘의 독서』 머리말 중에서

 

『청춘의 독서』가 던지는 15개의 질문들

01.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02.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03. 청춘을 뒤흔든 혁명의 매력 :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 선언』
04. 불평등은 불가피한 자연법칙인가 : 토머스 맬서스, 『인구론』
05.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알렉산드르 푸시킨, 『대위의 딸』
06. 진정한 보수주의자를 만나다 : 맹자, 『맹자』
07. 어떤 곳에도 속할 수 없는 개인의 욕망 : 최인훈, 『광장』
08. 권력투쟁의 빛과 그림자 : 사마천, 『사기』
09. 슬픔도 힘이 될까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10.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 : 찰스 다윈, 『종의 기원』
11. 우리는 왜 부자가 되려 하는가 :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12. 문명이 발전해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13. 내 생각은 정말 내 생각일까 :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14. 역사의 진보를 믿어도 될까 : E. H. 카, 『역사란 무엇인가』
15. 21세기 문명의 예언서: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고전은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하지만 완독하기 쉽지 않다. 두껍고 난해한 개념,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이해 부족은 고전과의 거리감을 만든다. 하지만 이 책은 유시민이라는 ‘생각하는 안내자’의 도움을 받아 마치 함께 읽는 듯한 간접 독서의 경험을 제공한다. 고전을 직접 다 읽지 않더라도 그 책이 던지는 핵심 질문을 중심으로 사유의 여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실제로 작가는 얼마 전 유튜브 채널 ‘사장 남천동’에 출연해 “두꺼운 고전을 압축해둔 책이라 이 정도만 알아도 아는 척은 가능하다”고 말하며, 이 책이 고전에 대한 입문자들에게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고전들을 한 권씩 풀어주는 이 책은, 청춘에게 필요한 사유의 씨앗을 심어주는 친절한 지적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하는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